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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 및 자료

혼인빙자간음행위 처벌은 위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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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정화변호사 작성일17-10-31 13:48 조회2,28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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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 제10조에서 보장하는 개인의 인격권·행복추구권에는 개인의 자기운명결정권이 전제되고 자기운명결정권에는 성적자기결정권이 포함되어 있다. 이 사건 법률조항이 혼인빙자간음행위를 형사처벌함으로써 남성의 성적자기결정권을 제한하는 것이 틀림없고 남성의 성생활이라는 내밀한 사적영역에서의 행위를 제한하므로 헌법 제17조가 보장하는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역시 제한한다

청구인 】 A(2008헌바58), B(2009헌바191)

【 주 문 】

형법 제304조(1953. 9. 18. 법률 제293호로 제정되고, 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된 것) 중 “혼인을 빙자하여 음행의 상습없는 부녀를 기망하여 간음한 자” 부분은 헌법에 위반된다.

【 이 유 】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 2008헌바58 사건

(가) 청구인 A은 혼인빙자간음, 사기 및 절도로 기소되어 징역 2년 6월을 선고받아 그 판결이 확정되었다.

(나) 청구인 A은 그 소송계속 중에 혼인빙자간음죄를 처벌하는 형법 제304조가 헌법상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고 평등원칙에 위반된다는 등의 이유로 대법원에 위헌심판제청신청(2008초기196)을 하였다가 기각당하자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2009헌바191 사건

(가) 청구인 B은 배우자와 혼인신고하여 그 사이에 2명의 자녀가 있는 자인바, 혼인빙자간음죄로 기소되어 1심에서 징역 10월을 선고받고 항소심 계속 중이다.

(나) 청구인 B은 1심 소송계속 중에 혼인빙자간음에 대하여 위헌심판제청신청(2009초기546)을 하였다가 기각당하자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이 사건의 심판대상은 형법 제304조(1953. 9. 18. 법률 제293호로 제정되고, 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된 것) 중 “혼인을 빙자하여 음행의 상습없는 부녀를 기망하여 간음한 자” 부분(이하에서는 이 부분만을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의 위헌 여부이고,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 조항]
형법 제304조 (혼인빙자간음)
혼인을 빙자하거나 기타 위계로써 음행의 상습없는 부녀를 기망하여 간음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2. 청구인들의 주장 및 이해관계인들의 의견

가. 청구인들의 주장 요지

(1) 2008헌바58 사건
남녀 간의 자유의사에 의한 성적 행위를 제재하는 이 사건 법률조항은 청구인의 행복추구권이나 성적자기결정권(헌법 제10조)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헌법 제17조)를 침해한 것이다. 또한 행위 주체를 남성으로, 그 보호대상을 부녀로 각각 한정하여 차별대우를 함으로써 평등원칙(헌법 제11조 제1항)에도 위배된다.

(2) 2009헌바191 사건
성에 관한 국민의 법의식에 많은 변화가 있어 여성의 착오에 의한 혼전성교를 보호해야 할 법익이 더 이상 인정될 여지가 없게 되었고, 구애수단은 상대의 환상을 유발하도록 과대포장되고 극적으로 연출되기 마련이어서 어느 정도의 기망을 그 요소로 하므로 “지키지 않을 또는 지키지 못할 혼인의 약속을 내세워 상대를 속이지 말라”는 도덕률 준수에 대한 기대가능성은 매우 적을 수밖에 없으며, 이처럼 도덕률 준수에 대한 기대가능성이 낮은 혼인빙자간음행위에 대하여 형사처벌을 규정하는 것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된다.

그외 부분은 2008헌바58 사건과 거의 같다.


나. 법원의 위헌심판제청신청 기각결정이유 요지

(1) 대법원(2008헌바58 사건)
혼인빙자간음죄를 처벌하는 형법 제304조는 성적자기결정권에 대한 필요 최소한의 제한으로서 그 본질적인 부분을 침해하지 아니하므로 헌법 제37조 제2항의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되지 아니하고, 따라서 위 규정으로 인하여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가 침해된다고 볼 수 없다. 한편 위 규정은 사회적 약자인 여성의 성적자기결정권을 보호하려는 정당한 목적이 있고 남성을 자의적으로 차별하여 처벌하는 것이라고 단정하기도 어려우며, 차별의 기준이 그 목적의 실현을 위하여 실질적인 관계가 있고 차별의 정도도 적정한 것으로 보여지므로 평등원칙에 위반된다고 볼 수도 없다.

(2) 서울동부지방법원(2009헌바191 사건)
2008헌바58 사건과 거의 같다.

다. 법무부장관의 의견 요지(2008헌바58 사건)

이 사건 법률조항은 청구인 A의 성적자기결정권과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제한하고 있지만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하므로 청구인 A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고, 남성만을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하지만 비례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하여 평등원칙에 반하는 것도 아니므로, 결국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라. 여성부장관의 의견 요지(2008헌바58 사건)

이 사건 법률조항은 피해자가 부녀로 한정되어 남성에 대한 차별 소지가 있고, 여성을 성적 의사결정의 자유도 제대로 행사할 수 없는 존재로 비하하고 있다는 점 등에서 헌법상 평등원칙에 위배되는 성격을 내재하고 있다.

3. 본안에 대한 판단

가. 혼인빙자간음죄에 관한 입법례 및 입법연혁

(1) 외국의 입법례를 살펴보면, 일본은 현행 형법이나 구 형법에 혼인빙자간음죄에 대한 처벌규정이 없다. 미국은 대부분의 주에서 혼인빙자간음죄가 처벌의 대상이 아니며, 일부 주에서만 간통죄와 마찬가지로 혼인빙자간음죄에 대한 처벌규정을 두고 있으나 거의 기소되지 아니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독일은 구 형법에 혼인빙자간음죄가 있었으나 개정 형법에서 폐지되었고, 프랑스는 형법에 혼인빙자간음죄를 처벌하는 규정이 없다. 다만 터키, 쿠바 및 루마니아 등 소수의 국가들만이 아직 형법 등에서 혼인빙자간음죄를 처벌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헌재 2002. 10. 31. 99헌바40등, 판례집 14-2, 390, 396 참조).

(2) 우리나라의 경우 1953년 형법 제정 이전의 의용 형법에는 혼인빙자간음죄에 대한 처벌조항이 없었고, 형법 제304조는 일본 형법 가안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92년의 형법 개정법률안에서 형법 제304조를 폐지하기로 논의된 바 있으나 1995년의 형법개정에는 반영되지 아니하였다.

나. 헌법재판소의 선례

헌법재판소는 형법 제304조에 대하여 2002. 10. 31. 99헌바40, 2002헌바50(병합) 사건에서 재판과 7:2의 의견으로 합헌결정을 하였다.

다. 이 사건 법률조항 개관

혼인빙자간음죄는 ‘남성’이 혼인을 빙자하거나 기타 위계로써 ‘음행의 상습없는 부녀’를 기망하여 간음함으로써 성립되는 범죄로서 음행의 상습없는 부녀의 성적자기결정권을 그 보호법익으로 하며(헌재 2002. 10. 31. 99헌바40등, 판례집 14-2, 390, 397), 여기서 혼인을 빙자한다는 것은 위계의 한 예시에 불과하고, ‘음행의 상습없는 부녀’란 형법 제302조(미성년자 등에 대한 간음), 제305조(13세 미만 부녀에 대한 간음, 추행)와 관련지어 볼 때 ‘정조관념이 약하여 특정인이 아닌 자를 상대로 성생활을 하는 자’ 이외의 자로서 20세 이상인 성년의 부녀자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라. 판단

(1)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제한되는 기본권
헌법 제10조에서 보장하는 개인의 인격권·행복추구권에는 개인의 자기운명결정권이 전제되는 것이고, 이 자기운명결정권에는 성행위 여부 및 그 상대방을 결정할 수 있는 성적(性的) 자기결정권이 포함되어 있다. 이 사건 법률조항이 혼인빙자간음행위를 형사처벌함으로써 남성의 성적자기결정권을 제한하는 것임은 틀림없고, 나아가 이 사건 법률조항은 남성의 성생활이라는 내밀한 사적 생활영역에서의 행위를 제한하므로 우리 헌법 제17조가 보장하는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역시 제한하는 것으로 보인다(헌재 2008. 10. 30. 2007헌가17등, 판례집 20-2상, 696, 707; 헌재 2002. 10. 31. 99헌바40등, 판례집 14-2, 390, 397 참조).

(2) 과잉금지원칙 위반 여부

(가) 위와 같은 남성의 성적자기결정권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에 대한 제한이 그 한계를 넘어 헌법 제37조 제2항에서 정하고 있는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어서는 아니되므로 동 기본권제한에 대한 위헌성을 판단함에 있어서도 엄격한 비례심사가 이루어져야 한다.

(나) 목적의 정당성

1)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지니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라고 규정하고 있거니와 인간이 도덕과 관습의 범위 내에서 국가의 간섭 없이 자유롭게 이성(異性)과 애정을 나눌 수 있는 것은 헌법이 규정하는 인간의 존엄과 행복추구의 본질적 내용의 일부를 구성하므로 이성 간의 애정의 자유도 당연히 헌법상의 보호를 받는다. 그리고 이같은 자유도 국가안전보장이나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라면 법률로써 제한할 수야 있겠지만, 남녀간의 내밀한 성적인 자유는 그 자유의 속성상 법률에 의한 제한과는 친하지 않은 속성을 갖고 있으므로 이러한 자유를 제한하는 입법의 위헌성 심사에서도 이러한 특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2) 이성 간에 성행위를 함에 있어 미성년 또는 심신미약의 부녀를 상대로 한다거나, 폭행이나 협박 등 폭력을 수단으로 한다거나, 여성을 매매의 대상 또는 흥정의 미끼로 삼는다거나, 그 장면을 공중에게 노출시킨다거나, 또는 그로 인하여 위험한 질병이 상대방에게 전염되게 한다거나 하는 등의 해악적 문제가 수반되지 않는 한 이성관계 자체에 대하여 법률이 직접 개입하는 것은 성적 자유에 대한 무리한 간섭이 되기 쉽다. 따라서 남성이 위와 같이 해악적 문제를 수반하지 않는 방법으로 여성을 유혹하는 성적행위에 대해서 국가가 개입하는 것은 억제되어야 한다. 그리고 남성의 여성에 대한 유혹의 방법은 남성의 내밀한 성적자기결정권의 영역에 속하는 것이고, 또한 애정행위는 그 속성상 과장이 수반되게 마련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우리 형법이 혼전 성관계를 처벌대상으로 하지 않고 있는 이상, 혼전 성관계의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통상적 유도행위 또한 처벌하여서는 아니되는 것이다.

3) 여성이 혼전 성관계를 요구하는 상대방 남자와 성관계를 가질 것인가의 여부를 스스로 결정한 후 자신의 결정이 착오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국가에 대하여 상대방 남성의 처벌을 요구하는 것은 여성 스스로가 자신의 성적자기결정권을 부인하는 행위이다. 남성이 결혼을 약속했다고 하여 성관계를 맺은 여성만의 착오를 국가가 형벌로써 사후적으로 보호한다는 것은 ‘여성이란 남성과 달리 성적자기결정권을 자기책임 아래 스스로 행사할 능력이 없는 존재, 즉 자신의 인생과 운명에 관하여 스스로 결정하고 형성할 능력이 없는 열등한 존재’라는 것의 규범적 표현이다. 그러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남녀 평등의 사회를 지향하고 실현해야 할 국가의 헌법적 의무(헌법 제36조 제1항)에 반하는 것이자, 여성을 유아시(幼兒視)함으로써 여성을 보호한다는 미명 아래 사실상 국가 스스로가 여성의 성적자기결정권을 부인하는 것이 되는 것이다. 나아가 개인 스스로 선택한 인생관·사회관을 바탕으로 사회공동체 안에서 각자의 생활을 자신의 책임아래 스스로 결정하고 형성하는 성숙한 민주시민이 우리 헌법이 지향하는 바람직한 인간상이라는 점에 비추어 볼 때, 결국 이 사건 법률조항이 보호하고자 하는 여성의 성적자기결정권은 여성의 존엄과 가치에 역행하는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점에서 중앙행정기관 중 여성정책의 기획·종합, 여성의 권익증진 등 지위향상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는 여성부장관이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하여 여성을 성적 의사결정의 자유도 제대로 행사할 수 없는 존재로 비하하고 있다는 등의 이유로 남녀 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하여 위헌의견을 개진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할 것이다.

4)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보호받는 ‘음행의 상습없는 부녀’란 ‘불특정인을 상대로 성생활을 하는 습벽’이 없는 기혼 또는 미혼의 부녀를 의미하므로 이른바 ‘성매매여성’ 뿐만 아니라 같은 시기에 다수의 남성과 성관계를 맺는 여성도 그 보호대상에서 제외된다. 그러나 ‘음행의 상습 있는 부녀’의 성행위 결정요소 중에는 돈을 벌기 위함이라든지 자유분방한 성적 취향 등 다양한 요소가 개입될 수 있어서 ‘음행의 상습없는 부녀’와 비교할 때 그들의 혼인에 대한 신뢰의 정도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취지를 감안하더라도 이는 정도의 차이에 불과할 뿐 형법이 이를 구분해 한쪽을 보호대상 자체에서 제외시켜야 할 근거가 되지는 못한다. 오히려 혼인빙자간음죄가 다수의 남성과 성관계를 맺는 여성 일체를 ‘음행의 상습 있는 부녀’로 낙인찍어 보호의 대상에서 제외시키고 보호대상을 ‘음행의 상습없는 부녀’로 한정함으로써 결국에는 여성에 대한 고전적 정조관념에 기초한 가부장적·도덕주의적 성 이데올로기를 강요하는 셈이 되고 만다. 이는 결국 이 사건 법률조항의 보호법익이 여성의 주체적 기본권으로서 성적자기결정권에 있다기 보다는 현재 또는 장래의 경건하고 정숙한 혼인생활이라는 여성에 대한 남성우월의 고전적인 정조관념에 입각한 것임을 보여준다 할 것이다.

5)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의 경우 형벌규정을 통하여 추구하고자 하는 목적 자체가 헌법에 의하여 허용되지 않는 것으로서 그 정당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다) 수단의 적절성 및 피해최소성

1) 가사 이 사건 법률조항에 사회적 약자인 여성의 성적자기결정권을 보호하고자 하는 입법목적의 정당성을 인정해 준다고 하더라도,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혼인빙자간음행위를 형사처벌하는 것은 수단의 적절성과 피해최소성을 갖추지 못하였다고 할 것이다.

2) 어떠한 행위를 범죄로 규정하고 어떠한 형벌을 과할 것인가에 관하여는 원칙적으로 입법자의 광범위한 형성권이 인정되지만, 법률이 특히 사생활의 영역을 규율하는 경우에는 그렇지 아니한 직업영역, 재산권영역 등을 규율하는 경우와는 달리 인정되는 입법자의 형성권이 상대적으로 제한될 수밖에 없다. 개인의 성행위와 같은 사생활의 내밀영역에 속하는 부분에 대하여는 그 권리와 자유의 성질상 국가는 간섭과 규제를 가능하면 최대한으로 자제하여 개인의 자기결정권에 맡겨야 하며, 국가형벌권의 행사는 중대한 법익에 대한 위험이 명백한 경우에 한하여 최후수단으로서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에 그쳐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른 생활영역과는 달리 사생활 특히, 성적 사생활 영역에서 형법적 보호의 필요성과 형벌의 필요성을 판단함에 있어서는 보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야 하는 것이다.

3) 국민 일반의 법감정의 변화
특정의 인간행위에 대하여 그것이 불법이며 범죄라 하여 국가가 형벌권을 행사하여 이를 규제할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도덕률에 맡길 것인지의 문제는 인간과 인간, 인간과 사회와의 상호관계를 함수로 하여 시간과 공간에 따라 그 결과를 달리할 수밖에 없는 것이고, 결국은 그 사회의 시대적인 상황·사회구성원들의 의식 등에 의하여 결정될 수밖에 없다(헌재 2001. 10. 25. 2000헌바60 참조).

그런데 최근의 우리 사회는 급속한 개인주의적·성개방적인 사고의 확산에 따라 성과 사랑은 법으로 통제할 사항이 아닌 사적인 문제라는 인식이 커져 가고 있으며, 전통적 성도덕의 유지라는 사회적 법익 못지 않게 성적자기결정권의 자유로운 행사라는 개인적 법익이 더한층 중요시되는 사회로 변해가고 있다. 성의 개방풍조는 선진 국제사회의 변화추이에 따라, 이젠 우리 사회에서도 막을 수 없는 사회변화의 대세가 되었고 그것을 용인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결혼을 약속하였다고 하여 혼전 성관계를 맺은 여성의 착오가 국가의 형벌권에 의하여 보호될 수 있는 법익에 포함되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에 아직도 한번의 혼전 성관계가 여성에게는 곧 결혼을 의미하는 성풍속이 존재한다거나 아니면 한번의 경솔한 혼전 성관계도 여성에게는 정상적인 결혼이나 사회생활을 가로막는 결정적 장애라는 사회적 인식이 존재한다는 것이 전제되어야 하는데, 위에서 본 바와 같이 결혼과 성에 관한 국민의 법의식에 많은 변화가 생겨나 여성의 착오에 의한 혼전 성관계를 형사 법률이 적극적으로 보호해야 할 필요성은 이미 미미해졌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다양한 가치관이 존재하는 오늘날의 다원적 사회에서, 혼전 성관계의 동기 중 어떠한 동기가 특히 비난할 여지가 있는 것인가(예컨대, 혼인을 빙자한 간음, 직위를 빙자한 간음, 재산을 빙자한 간음 등)에 관하여도 사회적으로 이를 판단할 수 있는 객관적인 기준이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혼전 성행위를 유발하는 빙자의 방법과 관련하여 혼인빙자에 의한 간음으로부터만 여성을 보호하고자 하는 것은 더 이상 국가의 과제가 아니라 할 것이다. 결국 “교활한 무기를 사용하여 순결한 성을 짓밟고 유린하는 남성”과 “성의 순결성을 믿고 있는 여성” 간의 대립항은 21세기 한국 사회에서는 더 이상 통용되기 어려워졌다고 할 것이다.

4) 형사처벌의 적정성
가) 성생활에 대한 형사처벌
우리의 생활영역에는 법률이 직접 규율할 영역도 있지만 도덕률에 맡겨두어야 할 영역도 있다. 법률을 도덕의 최소한이라 하듯이 법률규범은 그보다 상층규범에 속하는 도덕규범에 맡겨두어야 할 영역까지 함부로 침범해서는 안된다. 법률이 도덕의 영역을 침범하면 그 사회는 법률만능에 빠져서 품격있는 사회발전을 기약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성인이 어떤 종류의 성행위와 사랑을 하건, 그것은 원칙적으로 개인의 자유 영역에 속하고, 다만 그것이 외부에 표출되어 명백히 사회에 해악을 끼칠 때에만 법률이 이를 규제하면 충분하다.

혼인을 빙자하여 간음한 자는 가정, 사회, 직장 등 여러 방면에서 윤리·도덕에 의한 사회적 비난과 제재를 받을 것이므로 본질적으로 개인 간의 사생활에 속하는 이러한 행위까지 일일이 추적하여 형법이 간섭할 필요는 없다. 그리고 장차 결혼생활의 불행이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남성이 혼인빙자간음죄에 의한 처벌이 두려워 혼인한다면, 결국 형법이 파탄이 자명한 혼인을 강요하는 것과 다름이 없으므로 이를 법률로 강제하는 것은 이점에서 보아도 부당하다.

그러므로, 성인 부녀자의 성적인 의사결정에 폭행·협박·위력의 강압적 요인이 개입하는 등 사회적 해악을 초래할 때에만 가해자를 강간죄 또는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간음죄 등으로 처벌받게 하면 족할 것이고, 그외의 경우는 여성 자신의 책임에 맡겨야 하고 형법이 개입할 분야가 아니라 할 것이다.

나) 입법의 추세
개개인의 행위가 비록 도덕률에 반하더라도 본질적으로 개인의 사생활에 속하고 사회유해성이 없거나 법익에 대한 명백한 침해가 없는 경우에는 국가권력이 개입해서는 안된다는 사생활에 대한 비범죄화 경향이 현대 형법의 추세이다. 세계적으로도 혼인빙자간음죄를 폐지해 가는 추세에 있어 대부분의 국가들이 1970년대 이전에 혼인빙자간음죄를 폐지하였다. 일본, 독일, 프랑스 등은 혼인빙자간음죄에 대한 처벌규정이 없고, 미국은 대부분의 주에서 혼인빙자간음죄가 처벌의 대상이 아니며, 일부 주에서 간통죄와 마찬가지로 혼인빙자간음죄에 대한 처벌규정을 두고 있으나 거의 기소되지 아니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5) 형사처벌의 실효성

가) 국가 형벌로서의 처단기능의 약화
우선 과거에 비하여 혼인빙자간음행위가 적발되고 또 처벌까지 되는 비율이 매우 낮아졌다. 최근 5년 동안 혼인빙자간음행위 중 고소되는 사건의 수는 1년에 500건 내지 700건 남짓에 불과하고 그 중에서도 기소되는 사건은 연(年) 평균 30건 미만이며, 고소 이후에도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 고소취소되어 공소권없음 또는 공소기각으로 종결되는 사건이 상당수에 이름으로써 형벌로서의 처단기능이 현저히 약화되었다.

또한 혼인에 대한 약속은 대부분 구두상의 약속이므로 고소인인 여성이 이를 입증하기 어렵고, 혼인을 약속한 사실이 인정되더라도 피고소인인 남성은 간음한 후의 사정변경, 예를 들면 부모의 반대, 성격차이, 심경의 변화 등을 주장하므로 그 범의의 입증이 쉽지 않다.

이렇게 되고 보면 국가는 모든 혼인빙자를 추급해 소추권을 행사하기에는 역부족이어서 선별적이고 자의적인 처벌이 초래될 수밖에 없는데 이것은 법의 신뢰를 손상할 뿐이다.

한편 혼인빙자간음죄를 폐지할 경우 성도덕이 문란해지거나 혼인빙자간음으로 인한 여성의 자살이나 좌절, 방황, 결혼의 포기 등이 더욱 빈발해 질 것이라고 우려하는 견해도 있으나, 이미 혼인빙자간음죄를 폐지한 여러 나라에서 그 폐지 이전보다 성도덕의 문란과 같은 사회적 병폐가 늘어났다는 아무런 자료나 통계가 발견되지 않는 점으로 보아서도 이는 근거없는 우려에 지나지 않는다 할 것이고, 또한 그 동안의 법집행의 실태를 실증적으로 분석하여 이러한 형사처벌이 혼인빙자의 범죄에 대한 일반예방적 효과를 거두었음을 보여주는 자료도 존재하지 아니한다.

결국 혼인빙자간음죄는 행위규제규범으로서의 기능을 잃어가고 있어 형사정책상으로도 일반예방 및 특별예방의 효과를 모두 거두기 어렵게 되었다.

나) 여성의 보호
혼인빙자간음죄로 인한 여성 보호의 실효성도 이제는 의문이라 할 것이다. 과거 우리 사회에서 혼인빙자간음죄의 존재가 여성을 보호하는 역할을 수행하였던 것은 사실이다. 즉, 우리 사회에서 여성은 사회적·경제적 약자였으므로, 혼인빙자간음죄의 존재가 남성들로 하여금 혼인을 빙자해서 간음행위에 이르지 않도록 심리적 억제작용을 하였고, 나아가 여성이 고소를 취소하여 주는 조건으로 남성으로부터 위자료 등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 시대의 법적, 사회적, 경제적 변화는 혼인빙자간음죄의 위와 같은 존재이유를 상당 부분 상실하도록 하였다. 우선 여성의 사회적·경제적 활동이 활발하여짐에 따라 여성의 생활능력과 경제적 능력이 향상됨으로써 여성이 사회적·경제적 약자라는 전제가 모든 남녀관계에 적용되지는 않게 되었고, 아울러 여성도 혼인과 상관없이 성적자기결정을 하는 분위기가 널리 확산되었다. 그리하여 굳이 혼인빙자간음죄 규정이 없더라도 여성이 진정으로 결혼을 전제로 하여서만 정교할 생각이라면 여성도 자율적으로 결혼 시점까지 그 정교를 하지 않을 수도 있게 되었거니와 확실하게 남성의 신분이나 진의를 확인한 다음에 정교의 시기를 선택할 수도 있게 되었다. 그럼에도 국가가 나서서 그 상대방인 남자만을 처벌한다는 것은 그 자체가 아직도 여성을 사회적 약자로 보아 여성을 비하하는 것이 된다.

6) 형사처벌로 인한 부작용
혼인빙자간음죄는 친고죄로서 고소취소 여부에 따라 검사의 소추 여부 및 법원의 공소기각 여부가 결정되므로, 결국 혼인빙자간음행위자의 법적 운명은 상대 여성의 손에 전적으로 달려 있게 된다. 그 결과, 이 사건 법률조항이 여성의 성적자기결정권 보호라는 목적과는 달리 혼인빙자간음 고소 및 그 취소가 남성을 협박하거나 그로부터 위자료를 받아내는 수단으로 악용되는 폐해도 종종 발생한다. 자기결정에 의하여 자기책임 하에서 스스로 정조를 포기한 여성이 그 위자료청구의 대안이나 배신한 상대방에 대한 보복의 수단으로 국가 형벌권을 이용하고 있다면 이는 국가의 공형벌권이 정당하게 행사되고 있다고는 볼 수 없는 것이다.

7) 따라서 혼인을 빙자한 남성을 형사처벌함으로써 사회적 약자인 여성의 성적자기결정권을 보호하겠다는 이 사건 법률조항은 그 수단의 적절성과 피해의 최소성도 갖추지 못하였다.

(라) 법익균형성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법률조항은 개인의 내밀한 성생활의 영역을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삼음으로써 남성의 성적자기결정권과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라는 기본권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인 반면, 이로 인하여 추구되는 공익은 오늘날 보호의 실효성이 현격히 저하된 음행의 상습없는 부녀들만의 ‘성행위 동기의 착오의 보호’로서 그것이 침해되는 기본권보다 중대하다고는 볼 수 없으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법익의 균형성도 상실하였다고 할 것이다.

마. 소결
결국 이 사건 법률조항은 목적의 정당성, 수단의 적절성 및 피해최소성을 갖추지 못하였고 법익의 균형성도 이루지 못하였으므로, 헌법 제37조 제2항의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남성의 성적자기결정권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헌법에 위반된다. 종전에 헌법재판소가 이 결정과 견해를 달리해 형법 제304조(1953. 9. 18. 법률 제293호로 제정되고 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된 것)는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고 판시한 2002. 10. 31. 99헌바40, 2002헌바50(병합) 결정은 이 결정과 저촉되는 범위 내에서 이를 변경하기로 한다.

출처 인터넷 법률신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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