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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인관계의 형식이 아닌 실질을 고려한 판결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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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정화변호사 작성일17-10-31 13:30 조회2,30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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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가족법상 이혼과 관련하여 의미 있는 판결을 하였다. 사안을 살펴보면, 결혼하여 1남1녀를 둔 갑과 을이 경제적인 문제와 성격차이 등으로 갈등을 겪던 중 “우리는 더 이상 부부가 아니다”고 선언하고 장기간 별거에 들어갔는데, 별거 중에 처인 을이 병과 사귀면서 성적인 관계를 가지게 되었고,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된 갑이 병을 상대로 부정한 행위로 인해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르렀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한 것이다.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부부가 장기간 별거하는 등 실질적으로 부부 공동생활이 파탄돼 실체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고 객관적으로 회복할 수 없는 정도에 이른 경우에는 부부 공동생활이 유지되고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히고 “부부가 아직 이혼하지 않았지만 부부생활이 파탄돼 회복할 수 없을 정도의 상태에 이르렀다면, 제3자가 부부의 일방과 성적인 행위를 하더라도 이를 두고 부부 공동생활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할 수 없고, 그로 인해 배우자의 권리가 침해되는 손해가 생긴다고 할 수 없어 불법행위가 성립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하며 갑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우리 가족법은 혼인과 이혼에 있어서 법률혼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을 살펴보면, 이미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르러 부부로서의 실질이 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자녀, 직장, 경제상의 문제 등 여러 가지 사정 때문에 형식적인 혼인관계를 법률적으로 정리하지 못하고 남남처럼 살아가는 부부들이 적지 않다. 법률혼주의를 엄격하게 적용하는 경우 이처럼 이미 혼인의 실질을 상실한 이른바 무늬만 부부까지도 혼인의 테두리 안에 묶어두고 많은 법률상 제한을 가하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엄격한 법률혼주의의 적용은 헌법상의 행복추구권을 침해할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가족법상의 법률혼주의에 따라 혼인관계의 실질보다는 형식을 우선하여야 할 것인가, 아니면 우리 사회의 현실과 헌법정신에 따라 이미 파탄에 이른 형식적 혼인관계보다는 그 실질을 우선할 것인지는 쉽게 결단을 내리기 어려운 매우 민감한 부분이라고 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사건 역시 1심과 항소심이 서로 상반된 판결을 하였다. 이번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형식적이고 기계적인 법적용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혼인관계의 실질을 정확하게 파악하면서 혼인관계의 중요 쟁점을 명확하게 정리하여 주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 판결에서 또한 주목해야 할 부분은 “혼인제도에 관한 성풍속을 해지치 않으면서 개인의 사생활에 대한 형사법적인 관여의 범위를 줄이는 차원에서 간통행위에 대한 용인은 부부 공동생활의 실체 소멸 등으로 추인하거나 묵시적인 종용 의사표시를 인정하는 등의 해석론으로 고려할 수 있다”는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이다. 현재 헌법재판소에는 간통죄의 위헌성 여부에 대하여 많은 헌법소송이 제기되어 있는바, 우리 사회의 현실을 반영한 이번 판결이 헌재 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출처 인터넷 법률신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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